그럼 이제 나의 무대는 어디지?

두 통의 통지서가 내게 던진 질문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그제 한국에 도착을 했습니다. 싱가포르도 (365일) 여름이고 한국도 여름이니까 두 나라의 온도차가 없을 것 같지만, 사실 7-8월의 한국이 훨씬 덥고 습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있는 한국은 언제나 옳습니다. 엄마가 해주신 매콤한 오이지만 먹어도 충분하고, 여름의 맛과 냄새는 보너스고요. 😄

오늘은 최근에 제가 느낀 요상한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후배나 코칭 고객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최근에 경험한 날것의 감정을 여러분께 털어놓아 볼게요.

행복한데 왜 또… 공허하지?

얼마전에 저의 절친의 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드렸었지요?

아마도 글을 읽은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이 절친은 저의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은 8년 정도 다닌 회사에서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었고, 지난 1-2년 동안 이직으로 그 에너지를 채워보고 싶어했어요. 아쉽게도 여러 회사와 인터뷰를 했지만 이직운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작년, '가장 가고 싶어 했던 회사'에서 인터뷰 제안을 받았습니다. 혹시 상상이 가실까요? 남편이 이 회사에 얼마나 뜨겁게 가고 싶어했고, 7개월의 인터뷰가 마치 7년처럼 느껴졌을지를요! 😳

길고 혹독한 인터뷰의 과정, 옆에서 저도 같이 뛰었죠. 인터뷰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인터뷰와 인터뷰 사이의 그 '무음'의 시간. '나 떨어진 걸까?'라고 무기력해하는 남편에게 '그들이 똑똑하다면, 100% 당신을 고를 것이다!'라고 7개월 동안 외쳐주었습니다. 그렇게 최종 합격 통지 메일을 받은 날은 제가 눈물이 나더군요. 누가 봤으면 제가 합격을 한 후보자로 오해했을 거예요. 그렇게 남편은 훨씬 더 많은 책임과 권위를 받는 직무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저는 그 결과에 저의 일처럼 기뻐했습니다.

동시에 그 쯤에 저의 딸의 새로운 학교를 알아보고 있었어요. 싱가포르 내에서 전학을 결정하여 새로운 학교의 학제와 학풍을 알아보고 조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어요. 저의 선호가 아니라, 아이의 기질에 가장 맞는 학교는 어디일지 조사하고 학교를 가보고 또 선생님들을 만나는 것도 힘에 부치는 과정이었죠. 여러 고민의 끝, 다행히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 학교로부터 입학 통지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두 통의 통지서와 함께, 저의 사랑하는 가족이 모두 새 무대로 나갈 준비를 마쳤죠.

근데요, 마음이 이상합니다. 마냥 기쁘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왜 저에게는 공허한 생각이 들까요? "어라, 이 감정은 또 뭐지?" 저는 저의 감정을 지켜보며 혼란스러웠답니다. 그 감정의 레이어를 하나씩 펼쳐보니 그 아래는 이런 질문이 들어있더군요.

나도 새 무대로 나가고 싶어.

뭐라고? 새 무대?

혼자서 일을 하는 저에게는 조금 이상한 욕구였습니다. 저라는 사람이 새 무대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욕구 같았거든요. 조직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일터의 환경이 매일 바뀝니다. 같은 사무실, 같은 상사, 같은 동료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정해주는 부서 이동이나 승진, 새로운 팀으로의 발령 같은 변화도 없고요.

좋게 말하면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 안에서는 내가 의도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생각보다 오래 비슷한 방식으로 일하게 되기도 하죠. 그래서 처음에는 제 안의 이 욕구가 조금 모순처럼 느껴졌어요. '새 무대가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나는 대체 뭘 바꾸고 싶은 거지?'

분명한 건, 저는 남편의 직장이나 딸의 학교를 부러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각자에게 맞는 새로운 자리로 가게 된 것이 정말 좋았고, 진심으로 기뻤어요. 다만 남편과 딸이 자기 세계를 넓혀갈 기회가 생기니 제 안에도 질문 하나가 생긴 거예요.

나는 요즘, 어떤 새로운 도전과 연결을 만들고 있지?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새로운 직장도, 남편이나 딸처럼 소속을 옮기는 일도 아니었어요. '새 무대'라는 라벨 아래에 숨어 있던 욕구는, 새로운 도전과 연결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말하기, 협상, 리더십,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에 가까웠죠. 그래서 '무엇을 할까'보다 먼저, '어디에 설까'를 묻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다음 일을 생각할 때 보통 "무엇을 해야 하지?"라고 묻잖아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야 하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나? 더 큰 고객을 만나야 하나? 저도 늘 그렇게 질문해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질문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어요. "그럼 이제 내 무대는 어디지?"

'일' 대신 '무대'라는 단어를 쓰니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무대는 단순히 직업이나 직장이 아니죠. 내가 어디에 서는지, 누구와 연결되는지, 어떤 이야기를 꺼내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노트를 펴고 제 다음 무대를 구체적으로 적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막연히 '새로운 걸 하고 싶다'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장면이 그려질 때까지 적어 내려갔어요. 그렇게 적다 보니 조건이 보이더군요. 조금은 낯설어야 하고, 제가 다시 배우고 성장할 여지가 있어야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진짜 연결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제가 제 언어로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곳. 희미하지만, 그 키워드를 전 비행기 안에서 찾아내었어요! 꺄! 🤗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께도 같은 걸 권해드리고 싶어요. 이번 주에 딱 10분만, 노트를 펴고 여러분의 다음 무대를 적어보시면 어떨까요?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비행기 안에서 던졌던 세 가지 질문이면 충분해요.

하나, 나의 다음 무대는 어디에 있을까? 장소일 수도, 사람들일 수도, 온라인 공간일 수도 있어요.

둘, 그 무대는 어떻게 생겼을까? 크기, 분위기, 그 위에 서 있는 나의 모습까지. 손에 잡히는 장면이 그려질 때까지 적어보세요.

셋, 그 무대에는 누가 이미 올라와 있을까? 그 사람들은 지금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나요?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희미해도 괜찮습니다. 저도 키워드 하나를 써놓고 그 무대에 올라간 저를 상상해 보는데, 비행기 여섯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다만 막연한 문장 대신 구체적인 장면으로 적어보세요.

그리고 혹시 적다가 발견한 키워드가 있다면, 이 메일에 답장으로 살짝 들려주세요. 저도 제가 찾은 방식을 8월 중순쯤 여러분께 들려드릴게요.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새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대로요.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보며 마음 한켠이 이상하게 일렁였다면, 어쩌면 그 일렁임이야말로 여러분의 다음 무대가 보내는 첫 신호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올 하반기에는, 내 안에서 올라오는 질문과 감정의 주파수에 꼭 귀를 기울여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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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셜리,

쟈스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