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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컵으로는 물을 나눌 수 없다. 🍶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내가 줄 수 있는 행복이 있을까?

포텐셜리 뉴스레터 Vol. 23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세상에나, 저희가 못본지 벌써 2달이나 지났나요? 지금 보니 저희가 만난 마지막 글이 9월 말이었네요! 아름다운 가을, 건강하고 즐겁게 만끽하고 계셨는지요?
지난 두달동안 저는 다양한 일들을 맞고, 보내주고, 통과하고 있었답니다. 10월초에 입국 후, 미뤄두었던 건강검진을 받기로 결정하고 사실 여기저기 치료를 받았어요. 10월에 하려고 했던 티파티는 아쉽게도 저의 치료를 우선해야 해서 진행을 할 수가 없었네요. 🥲 지원해 주신 분들에게 한분 한분 따로 메일을 드렸었는데, 다음에 분명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올거라 생각해 봅니다. 그 기회가 열리면, 신청해 주셨던 분들을 꼭 우선으로 모시겠습니다!
더불어 10월에는 오랜만에 엄마를 모시고 일본을 여행했어요. 동생, 조카와 저의 딸, 싱가포르에서 조인한 남편까지 가족이 모두 뚜벅이로 걷고, 밥을 나누어 먹고, 아름다운 공원에서 나룻배를 타기도 했답니다. 도쿄나 오사카같은 화려한 큰 도시도 좋지만, 시골동네의 한적한 골목이 빼곡하고 퇴근길에 빵과 고기를 사는 주민들이 가득한 곳도 참 운치있어요. 저에게는 관광객이 많은 유명지보다 그 지역 사람들이 활보하는 길을 걷는게 더 즐거운 일인데, 저랑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분들이 계실까요? ☺️

그리고 일본 여행을 갔다와서는 바로 다시 강의 준비! GGGI라는 국제기구에서 저를 초대해 주셔서 영어로 직원들을 위한 워크샵을 서울에서 진행했어요. 신기하게도 이 초대는, 저의 블로그 팬이신 J님의 초대로 이루어졌는데, ‘설마 이 프로젝트가 가능할까?’ 싶었던 조건들을 다 뛰어넘었어요. 제가 한국에 있는 시간과 아주 딱 맞았고 (일본 귀국후 다다음날) 우즈베키스탄, 태국, 라오스, 인도네시아, 인도 등 다채로운 나라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도 모두 조인하기로 결정 되었죠.
한화 오션 이후 다시 하는 영어 강의. 어느 순간 강의장에서 최고령자(?)가 되어 강의를 하니, 겁도 좀 사라지고, 넉살도 늘어갑니다. 아침에 시작해 저녁에 끝난 7시간 강의. 강의에 대한 기억은 거의 사라져 가지만, 유독 그날 저녁 퇴근길이 아직까지 기억에 나네요.
교육이 끝나고 GGGI 광화문 오피스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늦가을의 그 특유의 향기? 냄새?가 너무 좋았어요. 낙엽이 탄 냄새 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굽고 있는 붕어빵 냄새 같기도 하고, 스산한 바람으로 약간 어깨가 움츠려드는 그 날씨요. 싱가포르에서 15년차 살고 있는 저는, 이런 계절의 변화가 얼마나 귀한지 이제 잘 알거든요. 난 앞으로 몇번? 과연 수십번의 가을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보고요. 다시한번 저를 믿고 교육을 맡겨주신 J님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
싱가포르로 돌아오니, 다시 또 온라인으로 리더십 강의를 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생겼고! 다시 영어강의를 줌으로 하면서 ‘리더십을 온라인으로 가르치는게 얼마나 도전적인지’ 뼈저리게 배우게 되었답니다. 그날 제가 가르친 팀이 모두 요르단에 있는 분들이었는데- 프랑스, 미국, 요르단, 한국 직원이 섞인 다문화 팀이었고요. 올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살면서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국가, 그 국가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영광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다시 저는 가방을 싸서 남편과 딸과 함께 호주로 떠났어요. 퍼스와 마가렛리버를 돌고 3곳의 에어비앤비에서 머물면서 온전한 3명의 가족 휴가를 보냈습니다. 영국이나 한국에 가면 언제나 대가족이 움직이는데, 이번에는 3명이서 단촐하게 시간을 꾸렸어요.
와이너리 바로 옆에서 머물렀지만, (슬프게도) 8살 아이와 같이 와이너리 투어는 할수가 없죠. (10년만 기다리면 가능할까요?!) 근처 슈퍼에서 10불짜리 와인을 사고 5불짜리 치즈를 사서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피크닉 백에서 플라스틱 컵을 꺼내 와인 한잔을 따르고 바닷가에서 노는 딸 아이를 바라보고요. 초여름이라 아직도 바닷물이 아주 차가웠는데,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자연과 하나가 되었어요. 모래, 파도, 바람 밖에 없는 공간. 다 비어있지만,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꽉 찬 호주.

그 순간, 그러니까 시간으로 따지면 11월 27일 오후 5:49분.
갑자기 이런 질문이 들었어요.
“내 인생이 이제 완전하게 행복해진것은 아닐까?”
뭐 하나 크게 달라진것도 없지만, 제가 느끼는 평안함과 자족감의 수준이 갑자기 100점 만점에서 100점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회색의 챕터가 갑자기 노란 개나리색이 된것처럼, 명도와 채도가 갑자기 올라간 느낌이요.
10불짜리 와인에 이리도 기뻐하는 나, 파도랑 소리치며 달리기 시합을 하는 아이, 곁에 앉아 재잘스럽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제 속 마음을 다 아는 우직한 남편.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참 ‘완전한’ 사람들이고, 그자체로 그냥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오랫동안 ‘무엇을 하면’ ‘무엇을 이루면’ ‘무엇을 가지면’ 그러면 나에게 평화가, 사랑이, 기쁨이 온다고 믿는 사람이었거든요. Doing. 무언가를 해야만 얻어지만 행복도 결국 ‘노력과 노동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그런데, 제 안의 무언가가 툭 떨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행복과 충만함은 완벽이 아니라 완전’ 이라는 새로운 생각이 들었어요. 행복이라는 조건을 부셔서 그 사이의 빈틈을 채우려는게 완벽이라면, 어쩌면 내가 발견한 이 감정은 ‘그냥 나로 존재하는’ Being 그 자체의 완전한 행복이구나. 그냥 존재할 수 있는 이 시간에 감사하고 감동하면서 살아보자. 라고요.
전 아이를 완벽해서 사랑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그 아이로 존재하는 완전함이 저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런 경외심을 나에게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일단 나를 먹고, 재우고, 걷게 해준 내 몸 부터 사랑해 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요. 결국 이런 여행도 나의 자유욕구를 이행 시켜주는 몸이 있어서 가능한것이니까요.
더불어 지금 나의 시도 중에 불안함과 공포, 결핍으로 시작한것이 있다면 그것들을 다시 흘려보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섭지 않고, 두렵지 않고, 외롭지 않기 위해서 사는것이 아니라, 아름다워지고, 용기를 내고, 즐기는 삶으로요.
빈컵으로는 물을 나눌 수 없다- 라는 문장을 어디선가 읽었는데, 오늘 뉴스레터에는 이런 내용을 담고 싶었어요. 내가 먼저 채워지는 삶,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는 삶, 다양한 조건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평화와 온전함을 주장하는 삶. 인간으로 태어난 이 권리는 충분히 누리는 삶에 대해서요.
호주를 끝으로 올해 더이상의 비행기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인생은 알 수 없는 법이죠. 12월 중순에 갑자기 한 기업에서 초대를 해주셔서 다시 또 한국으로 갑니다. 언젠가 강의를 가보고 싶었던 조직이라, 긴장도 되고 또 설레기도 합니다. 이 내용은 다음 주 뉴스레터에서 이어 이야기를 드릴게요.
오랜만에 쓰는 뉴스레터라 두달간의 여행과 프로젝트를 담느라 내용이 많이 길어졌죠?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도 저도 듣고 싶어요. 어떻게 지내셨는지, 어떤 삶으로 올해를 마무리 하고 계시는 지에 대해서요. ❤️
어느곳에 계시든, 어떤 일을 하시든 지금 이 순간이 ‘완전한’ 기쁨이시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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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셜리,
쟈스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