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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이런 빌런을 봤나?
10년 만에 써본 '쓴소리 리스트'

포텐셜리 뉴스레터 Vol.41
몇주전에 저와 남편이 다른 국적의 부부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이렇게 국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날때는 (한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닌) 뭔가 큰 기대를 가지게 되죠.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가진 인사이트를 배우는 부분도 큰 기쁨이자 재미이고요.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같이 차를 마시는데, 뭔가 대화를 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한거예요.
그에게는 말끝마다 묘한 수식어가 붙었어요.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너희는 잘 모르겠지만…”
“내 (우월한) 경험으로 말하자면”
대화가 이어질수록 은근한 무시와 경멸이 여기저기 느껴졌습니다. (이런 사람을 뭐라고 했더라. 아 꼰대! 😞)
그렇게 3시간. 곁에 있던 남편의 얼굴도 실망을 넘어 허탈해 하는 모습으로 넘어갈때 서둘러 자리를 마무리 했습니다.
와우! 정말 오랜만에 겪어본 꼰대형 빌런.
그렇게 터벅 터벅 집에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훅 올라오는 감정이 있었어요. 뭔가 마음에 날카로운 힘이 느껴지는거예요.
“쟈스민! 정신차려!”
그의 무례함과 말투에 기분이 나쁜것은 분명하지만, 오히려 삶의 의지가 타올랐다고 할까요?
뭐랄까, 제 정신적 맷집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요즘 조금 나약해져 있던 제 속마음도 한번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내가 나의 선한 빌런이 되자!
빌런님(!)을 만나고 온 그 다음 날, 한 10년동안 한번도 해본적 없는 ‘쓴소리 리스트’를 적어보기 시작합니다. 내가 나의 선한(?) 빌런이 되어 좀 쓴소리로 저를 샤워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거든요.
한다고 해놓고 하지 않은 것.
몇 년째 시작하겠다고 하면서 미룬 것.
실패한 것.
끝까지 하지 않은 것.
핑계를 댄 것.
스스로도 부끄러웠던 것.
노트의 반 정도 적다가 내용을 읽는데, 와…적어 놓고 보니 너무 아픈거 있죠. 🤦🏻♀️ 뼈를 맞다 못해 으스러질만큼의 부끄러운 내용. 그러나 읽으면 읽을 수록,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들과 진실들.
그런데 신기했어요.
그 쓴소리 리스트를 보니, 창피함과 동시에 뭔가 불끈 생기는 에너지도 있더군요. 문제를 정면돌파하고자 하는 삶의 의지. 그때 알게 되었죠.
바닥을 “일부러” 한번 치고 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애매하게 낮은 곳에 머물면서도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생각하지 않고, 차라리 바닥이 어디인지 제대로 보고 오는 거죠. 천장을 더 높일게 아니라 오히려 바닥을 끌어올려 정신을 번뜩 들게 만드는 것.
자기혐오와 자기직면은 달라요, 달라!
물론 저는 우리 자신에게 더 가혹해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예요. 자기혐오와 자기직면은 전혀 다른 것이니까요.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
와
“나는 이것보다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지금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
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완전히 다른 말이잖아요. 첫 번째는 나라는 사람 자체를 공격하지만 두 번째는 내가 가진 가능성과 지금의 행동 사이에 생긴 간격을 바라보는 것이예요.
‘일부러 바닥을 만나고 다시 반등해보자’- 이게 우리가 원한 목표이지 ‘내가 바닥인가봐. 그러니 포기하자’가 우리가 원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예요.
고백합니다. 그동안 제 약점도 꽤 많이 이해해 주며 살았습니다. 실패한 나도 다독였고, 겁먹은 나도 기다려주었고, 잘하지 못한 나에게도 괜찮다고 말해주었죠. 그런데, 이런게 계속 반복되며 어느 순간부터 그 친절함 뒤에 숨어 제가 저에게 기대했던 기준까지 조금씩 낮추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주에는 ‘Raise the Floor’를 해보세요! (쓴소리 리스트로)
내가 요즘 너무 느슨하게 봐주고 있는게 있다면, 내가 다시 지키고 싶은 나의 기준을 써보세요. 내가 반복해서 낮추고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 안에 숨어 있는 두려움이나 회피는 무엇인지, 그리고 다시 세울 수 있는 최소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요. 단, 나를 공격하지 말고, 사실만 적어보세요!
미래에는 더 대단한 사람이 돼보겠다고 끊임없이 천장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어느 날 슬금슬금 낮아져 있는 제 삶의 바닥을 발견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것 같아요.
그 빌런이 아니었다면 저는 쓴소리 리스트를 여전히 쓸 생각을 못했겠지요? 그의 무례함이 아니었다면 제 바닥이 어디까지 낮아져 있었는지 들여다볼 계기조차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감사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주 묘한 귀인 한 명 만났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
이번주 쓴소리 리스트 꼭 한번 써보세요, 의도적으로 만나는 ‘바닥’에는 분명 반등의 힘이 있을거예요.
이 가을, 무언가 새롭게 뚫고 나가야 하는 힘이 필요한 분들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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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셜리,
쟈스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