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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에 ‘나’를 출연시키기로 했습니다 🎥

이력서에는 보이지 않던 20년의 장면들

포텐셜리 뉴스레터 Vol.40

안녕하세요 여러분!

한국에는 벌써 시원한 바람이 분다는데, 어느덧 9월, 가을의 초입이네요. 싱가포르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순간이 바로 이때예요. 계절의 변화를 코끝으로 느끼며, 지금이 몇 월인지 몸으로 알아차리는 감각. 싱가포르는 1월도 7월도 9월도 12월도 늘 같은 계절이라, 시간의 감각이 어쩔 수 없이 무뎌지거든요.

지난주 뉴스레터에서 저는 지난 두 달 동안 만난 아홉 명의 여성에게 들었던 질문들에 대해 썼지요.

"오래 일했는데도, 왜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설명하지 못할까요?"
"지금까지 해온 일을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할까요?"

코칭을 배운 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죠. 편하게 밥 먹고 차 마시는 자리에서도 저는 모든 대화를 문제 해결형으로 듣는 습관이 있어요. 😅 (저도 안 그러고 싶은데, 이게 어쩔 수 없는 직업병과 같답니다) 상대의 어려움, 풀고 싶은 숙제를 들으면 자동으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문제에 대해 내가 어떻게 질문해줘야, 이 사람의 인생에 변화가 있을까?"

이런 문제 해결 본능이 상대에게 도움이 될 때도 많지만, 대화 안에서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저 혼자 느끼는 무기력감도 상당해요. 특히 상대의 질문이 제가 무의식중에 고민하던 것과 닮아있으면, 그 무게는 훨씬 커지고요.

친구들과의 대화가 끝나고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어요. 그때 나는 어떤 질문을 다르게 던질 수 있었을까? 친구의 어려움이 곧 나의 어려움이라면, 나는 나에게 어떤 새 질문을 던질까?

그중 하나를 오늘 소개합니다.

"만약 내가 내 인생의 인간극장 PD라면, 어떤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까?"

무턱대고 이력서부터 찍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인간극장 PD가 한 사람을 이해하려 한다면 명함이나 이력서를 중심으로만 이야기를 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의 전체적인 일상을 잘 관찰하겠죠. 특히 이 사람이 어떤 순간에 유난히 오래 머무는지가 눈에 들어올 것 같아요.

그 사람의 매력과 중심, 성격과 스타일은 분명 반복되는 장면으로 떠오를 테니까요. 주변 사람들이 반복해서 찾아오는 순간, 모두가 복잡해져 있을 때 자연스럽게 맡는 역할,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끝까지 해내는 일. 회사가 바뀌고 직함이 바뀌어도 자꾸만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순간들이요.

자, 이 질문을 나에게 대입해볼게요.

나는 뭘 반복해서 하고 있었을까.

비즈니스 코치로 일했던 시간, 협상을 가르쳤던 시간, 복잡한 리더십과 코칭을 다뤘던 시간, 다양한 산업의 고객들과 치열하게 이야기 나누던 시간, 책을 쓰며 복잡한 생각을 언어로 정리했던 시간. 코치, 강사, 컨설턴트,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력서 위에서는 이름이 다 다른데, 장면들을 나란히 놓고 보니 계속 같은 모습이 보였어요.

저는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오래 들었습니다. 그 안에서 본인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반복과 패턴을 찾았고요. 복잡하게 흩어진 생각에 이해하기 쉬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걸 다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말이나 질문, 도구의 형태로 바꿨어요. 요 질문을 통해 돌아보니 알게된 것 - 전 취미가 작명이고, 특기가 도구개발이더군요! 🧙🏻‍♀️

코칭을 할 때도, 강의를 만들 때도, 글을 쓸 때도 제가 써온 방식은 늘 같았습니다. 사람의 경험과 가능성을 발견해, 실제로 쓸 수 있는 언어와 도구로 바꾸는 일.

이 문장을 적고 나니, 제가 해온 일이 비로소 하나로 연결됐어요!

저는 이 일을 Potential Enablement, 우리말로는 ‘잠재력이 실제로 쓰이도록 돕는 일’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것만 정리해도 엄청난 발견이에요! 이 과정이 첫 단추로 왜 그리 중요한지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더 연이어 풀어볼게요!)

인간극장을 보다 보면, 그 다큐의 결정적 장면이 꼭 화려한 장면은 아니었던 기억이 나요. 일상의 자잘한 문제들을 맞닥뜨리고 해결하고 또 배워나가는 그 과정이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순간임을 보여주잖아요.

그러므로 '나의 결정적 장면'이 꼭 승진이나 수상, 대단한 성과의 순간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만 꼽으면 5~10년 동안 몇 장면밖에 못 건지잖아요.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쳤던 순간일 수 있어요. 남들은 어려워하는데 나는 별생각 없이 해낸 일, 사람들이 반복해서 부탁하지만 정작 나는 "이 정도는 누구나 하지 않나?"라고 넘겨버린 일이에요. 오래 일한 사람의 능력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잘 안 보일 때가 많거든요. (저의 9명의 친구들도 분명 이 부분에서 넘어진것 같고요)

그래서 다음 일을 찾기 전에 필요한 건 완전히 새로운 나를 상상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살아온 장면들 속에서 몸에 밴 나를 다시 보는 일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렌즈로, 새로운 질문으로, 내가 PD가 되어서요.

자, 저랑 오늘 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보세요. 이번 메일에는 〈나의 경력 장면 기록지〉를 첨부해 드렸어요. 저의 선물입니다. 🎁 🤗 거창한 적성 검사도, 정답을 알려주는 진단지도 아니지만, 질문의 힘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한 장면을 골라 세 가지만 적어보는 3페이지짜리 기록지인데, 이번주 내에 꼭 해보세요!

  • 당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 나는 그때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 그 결과 사람이나 상황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가능하면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팀을 이끌었다"에서 멈추지 말고 그 안의 동사를 찾아보세요. 무엇을 들었는지, 무엇을 질문했는지, 무엇을 발견하고 정리했는지요. 인간극장 첫 회에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담기지 않듯, 오늘은 한 장면이면 충분해요. 그 한 장면이 쌓이면 언젠가 내 경력의 패턴과 나만의 방식을 보여주는 10개의 장면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 작업을 지난주에 시작하여, 멋진 안경을 쓴 것처럼 저를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또렷해지고 깨끗해졌답니다. 이 질문을 나중에 9명의 그녀들에게도 다시 꼭 나누어 주고 싶어요.

자, 여러분의 이력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여러분의 인간극장에는 꼭 들어가야 할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으로도 큰 방향을 잡을 수 있어요. 아름다운 가을을 열어볼 수 있는 좋은 질문이니, 오늘 점심을 드시면서 동료와, 친구와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We deliver your potential 🎁


포텐셜리,

쟈스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