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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의 나는, 낯선 사람이었습니다
미래의 나를 타인으로 인식하는 뇌 — 그리고 그걸 바꾸는 방법 🧠

포텐셜리 뉴스레터 Vol. 31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한국은 오늘이 공휴일이지요? 편안한 아침 보내고 계실까요?
요즘 저희 집 분위기는 뭔가 분주하고 약간은 흥분된 상태입니다. 남편과 딸 모두 아주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직장과 학교로 옮길 예정이거든요. 마치 서로 스케줄을 맞춘 것 처럼 올 여름에 새출발을 할 기대에 가득 차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집안의 공기가 확 달라진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저는 이 변화들을 함께 겪으며, 이 변화가 뭔가를 저에게도 가리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남편은 직장생활에 최적화된 사람이지만, 10년 후에는 은퇴를 할 것이라고 늘 이야기해왔고 그 시간은 아이의 고등학교 졸업과 맞닿아 있어요. 딸이 학교를 옮기고 10년 더 학교를 다니고 졸업을 하게 되면, 그 둘은 2026년에 새 출발과 2036년에 성대한 마무리도 같이 하게 되는 셈이죠.
질문은 자연스럽게 저에게로 이어집니다.
10년후 나는 그럼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심리학 연구 중에 이런 실험이 하나 있었어요. 허쉬필드라는 심리학자가 사람들에게 MRI를 찍으면서 '지금의 나'와 '10년 후의 나'를 상상하게 했는데요 — 흥미롭게도, 미래의 나를 생각할 때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가 '나'가 아니라 '낯선 타인'을 생각할 때와 같았대요. 우리는 미래의 나를 사실 나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미래를 위한 준비를 그토록 미루는 거죠. 낯선 누군가를 위해 지금 희생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근데 흥미로운 반전이 있어요. 미래의 나를 구체적으로 그릴수록 어떤 하루를 살고, 어디에 있고, 무엇을 느끼는지 — 뇌가 그 사람을 '타인'이 아니라 '나'로 인식하기 시작한대요. 그리고 이 인식 수준이 바뀌면, 그 순간부터 지금의 행동이 달라지죠.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라면, 자연스럽게 관심의 수준이 달라지니까요.
저도 처음엔 이 10년을 그냥 잘(?) 마무리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늘 그래왔듯 주어진 프로젝트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우고, 은퇴 자금 잘 모아서 미래를 대비하기.
근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내 나이 50대 중후반.
그 나이의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들과 어떤 공간에 있고 싶은지 이걸 지금부터 조각조각 만들어가지 않으면, 10년 후에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때 발달 심리학자 에릭슨의 개념이 떠올랐어요. 그는 40대에서 60대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과제가 주어지는 시기라고 했어요. 그 과제의 이름은 '생성감(Generativity)', 내가 다음 세대와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욕구예요. 이 질문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면 삶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침체'가 온다고요.
나는 지금 생성감을 향해 가고 있는가, 아니면 침체를 향해 가고 있는가?
10년이라는 큰 시계 앞에서 다시 질문하는 나의 미래.
이 질문들에 대한 생각이 너무 커져서 질문을 작게 쪼개서 다이어리에 썼는데 같이 공유해 봅니다.
그중 3개만 뽑자면,
① 10년 후의 나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직업이나 은퇴가 아니라, 하루의 루틴을 그려보는 거예요. 몇 시에 일어나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저는 큰 아일랜드에 제 키 반만한 화병에 꽃을 가득 담고 좋아하는 지인들을 불러 티파티를 하는 장면이요. 언젠가 제 뉴스레터에 썼던 것처럼, 소박한 정원에서 햇빛을 쬐며 시간을 느리게 향유하는 게 저에게는 최고의 성공의 모습이랍니다.
더불어 10년 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을 저의 루틴. 아무리 다른 미래를 그려 보려고 해도 ‘글쓰기 노동’은 저에게 최고의 놀이이자 기쁨이네요. 스토리텔러로 오래오래 나이 들고 싶은 소망은 변함이 없어요.
② 지금부터 10년 동안 만들어야 할 것과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이 생각보다 선명한 답을 줬어요. 저한테는 지금부터 쌓아야 할 것과, 반대로 집착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 꽤 구체적으로 나왔거든요. 저는 일년에 1-2명의 좋은 친구를 새롭게 만나고 싶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노동의 방식 (AI 활용과 같은)을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모르는 부분에서는 빨리 아집을 버릴 수 있는 인간이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서 사고가 경직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악몽 중에 하나입니다.
③ 10년 후 내가 가장 후회할 것은 무엇일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실패를 미리 상상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역으로 찾는 거예요. 저한테는 두 가지가 나왔어요. 20년 후-30년 후 딸이 만약에 엄마가 된다면, 그 먼 훗날에 체력이 떨어지는 할머니는 도저히 용납을 할 수 없더라고요! 재테크만큼 근테크에도 힘을 써서, 언제나 저의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챙기는 멋진 노년을 맞이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관계예요. 바쁘다는 이유로 흘려보낸 사람들, 10년 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는 걸 알았어요.
여러분도 지금 어떤 챕터의 끝자락에 서 있지 않으신가요?
위의 질문 하나만 꺼내어, 오늘 딱 5분만 써보세요. 그 5분이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나와 연결하는 첫 번째 실이 될 수 있어요. 😊
아름다운 봄,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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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셜리,
쟈스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