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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서 삼성까지, 20년 걸려 깨달은 진실들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힘

포텐셜리 뉴스레터 Vol. 24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지난 몇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 뉴스레터를 드리고, 한국에 가서 강의를 하고 다시 후다닥 싱가포르로 돌아왔답니다. 올해는 정말 강의복이 터진(!) 한해임이 분명한가 봅니다. 올해 한국을 5번이나 방문했으니, 거의 두달에 한번 꼴로 한국에 갔었네요.
아주 오래전에 애플을 떠날때 옆에 앉았던 동료가 저에게 물었었어요. 애플을 떠나고 나중에 어떤 회사에 가서 강의를 해보고 싶냐고요. 곰곰이 생각하다 우스갯소리로, 애플에서 강의를 해봤으니, 언젠가 (애플의 최대 경쟁 회사인) 삼성전자에 가서 강의를 해보면 좋겠다고 말을 했었죠. ‘근데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까?’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졌던 그 대답이, 12년이 지나서 현실이 되었네요.
지난 10월, 제 책의 독자이신 삼성전자 인재원의 담당자분께서 저에게 연락을 주셨고 여러차례 논의 끝에 12월에 강의가 확정 되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강의의 플로우도 모두 컨펌이 되었어요. 그렇게 싱가포르를 떠나 12월 18일 아침일찍 출발해 수원에 도착했고요.
강의장 옆 대기실에 미리 도착해 앉아 있는데 갑자기 이 모든 것이 데자뷰처럼 느껴지더군요.
‘이런 곳, 이런 감정, 이런 긴장감. 언제 이런 느낌을 가졌었지?’
‘아, 그때구나!’
2011년 애플에 입사 면접을 보러갔을때도, 면접장인 강의장 옆 대기실에서 이렇게 안절부절했던 기억이 똑같이 났어요. 연습을 수없이 했지만, 혹시나 오늘 신이 나에게 자비롭지 못하다면 나의 능력이 갑자기 다 증발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어쩌면 15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실력은 나아졌겠지만, 두려움은 결코 줄지 않은 미스테리…🫠)
그리고 9시가 되어 강의장에 들어가서, 저의 소개를 이렇게 했어요.
“저는 오늘 태어나서 삼성전자에 처음왔는데, 왜 이렇게 낯익다고 느낌이 드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러다가 알게 되었어요. 15년전 제가 애플에서 ‘직원 교육용 프로그램’을 들고와 면접을 볼때와 아주 비슷한 셋팅이라는 것을요. 강의실 옆의 대기실의 레이아웃, 제가 오늘 만나는 분들의 배경이나 에너지. 이 모든게 너무 데자뷰 같아서 신기하고 또 떨리네요. 사람이 준비하는 것이라 늘 돌발상황이 생기고,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제가 두달간 준비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또 함께 만들어갈 생각에 깊은 감사함을 느낍니다. 최대한 떨지 않고, 오늘 프로그램 여러분과 즐겁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올해 저는 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잠재력의 비밀이 뭔지 밝혀내고 싶었고, 안하던것도 용기있게 해보려고 했고, 평소라면 거절 했을 것에도 OK!라고 했죠. 그러면서 저의 본업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제는 언제든 안녕해줄게!’ 라는 마음을 먹고 말했죠.
은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매번 강의할때 마다 제가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강의’라고 생각하며 진행을 했어요. 한화에 가서도, GGGI 국제 기구에 가서도, 인프런에서 온라인 강의를 찍을때도, 삼성전자에서도 마찬가지죠. 이게 내 커리어의 마지막 강의, 마지막 클라이언트라고 생각하는 마음으로요.
이쪽일을 20년하고 제가 찾은 ‘진리’는 결국 “일의 모든 라벨링은 다 지워진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한참 할때는 “일= 나의 정체성” 같지만 일은 그저 하나의 정거장 같은 것이기에 이 정거장에서 다른 정거장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한 정거장에서 조금 오래 머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정거장은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며, 저의 삶의 우선순위에도 뒤바뀜이 생겼습니다.
저도 똑같아요. 언제나 더 잘해보고 싶었어요. ‘일을 잘한다, 강의를 잘한다, 글을 잘 쓴다’ 그런 칭찬에 매혹되었습니다. 달콤함은 늘 저를 더 채찍질 했어요. 더 크고 화려한 라벨링을 받아, 저의 얼굴을 가리면 더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진짜 남는 것은 ‘성취가 아니라 경험’ 이고 ‘열심히가 아니라 즐겁게’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취를 한다고 생각하면 승부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승부에 목숨을 걸려면 결과에 집착을 해야 하죠. 아이를 낳고 한동안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아 우울했던 그 시절. 그 본질적인 우울증은 ‘경험과 성취’를 구분 못하는 미혹한 자아에 있었어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그 시간이 주는 그 경험의 값어치를 보지 못한 저는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는 불편한 자아’를 나무랐거든요. 다시 돌아가면, 그 갓난아기를 안고 더 즐겁게 경험할 수 있을텐데, 저는 왜 그리 저를 못살게 굴었던걸까요?
성취의 크기에 상관없이 그 시간의 주인이 되면 즐길 수 있는 것이었어요. 일의 라벨링이 지워져도 경험을 한 자아는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신기하게도, 20년이 지나 이렇게 힘을 다 빼고 강의를 하고, (몰래)은퇴를 할 요량으로 ‘마지막이니까 더 즐겁게 해보자!’ 라는 저에게, 운명이라는 고양이는 자꾸 기회라는 생선을 물어다 주네요.
부끄럽지만 고백을 해보겠습니다. 제 인생을 제가 살기는 했지만, 제 인생의 완벽한 주인이 ‘저’라고 느낀적은 올해가 처음인것 같아요. 성공이나 성취가 저의 주인이고, 저는 그 욕망을 이뤄내야 하는 노예라고 느낀적도 많거든요. 그런데 이제야 처음으로 내가 가지고 싶은 잠재력은 ‘또 다른 타이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찾고 싶었던 잠재력은 ‘내가 나의 주인되는 힘’ 이었어요. 그것을 돌고 돌아 찾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너무나 부족하고 또 모자란 뉴스레터, 올해 런칭한 포텐셜리를 같이 읽어주시고 답장을 주신 저의 소중한 독자님들. 글로 맺어진 인연으로 2025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힘’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여러분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
올해 글로, 만남으로 연결된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2025년, 연말연시 따뜻하고 건강하게 보내시고 새해 다시 인사드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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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셜리,
쟈스민 드림